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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디자이너를 위한/매거진

크몽, 오투잡, 라우드소싱과 같은 디자인판매 사이트에 대한 제 생각입니다.

by 디자인업 2020. 9. 25.

10년 전 디자이너 모임 술자리에서 저가 홈페이지 제작업체가 디자인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가 생각이 나네요.^^

제대로 된 홈페이지를 만들려면 여러 분야의 고급인력들이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만들어야 하는데, 30만원 혹은 10만원 홈페이지라는 가격을 내세워 싸구려 홈페이지를 그냥 찍어내는 홈페이지 공장들 때문에 우리 디자이너의 능력 가치가 떨어진다.

이런 가격경쟁시장에서는 디자이너들이 퀄리티가 아닌 단가와 시간에 맞춰 작업을 진행하게 될 것이며, 이는 당연히 홈페이지 시장이 전반적으로 후퇴하게 되는 결과가 올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했었죠.

당시 그 자리에 모인 디자이너들 대부분이 이 주제에 대해 공감하고 있었으며, 심지어 저가 업체들을 심하게 욕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현재 크몽이나 오투잡과 같은 디자인 판매 사이트의 구성을 보면 디자인 퀄리티로 경쟁하는 방식이 아닌 가격으로 경쟁을 부추기는 구성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0만원 홈페이지 제작, 30만원 홈페이지 제작을 전면으로 내세워 가격으로 경쟁하려 하는 저가 홈페이지 시장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죠.

저도 디자인을 하는 입장에서 디자인 가치가 이런 가격 기준으로 매겨진다는 것에 대해 상당히 매우 심히 안타깝습니다.

이런 시장들을 비판하는 영상이나 글을 보면서 저도 매우 공감하고 동의하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저는 저가 홈페이지 시장이나 디자인 판매 사이트와 같은 현상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절대 거부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생각하고 이런 시장들을 인정하려 합니다.

제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10년 전 디자이너 모임에서 나눈 대화 때문인데요, 그 당시 나왔던 내용을 정리하면서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홈페이지 시장뿐만 아니라 모든 시장에는 고가 시장도 있고 저가 시장도 있다.

그리고 저가 시장 경쟁에서는 퀄리티보다는 가격이 주무기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누구의 의도로 만들어진 시장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시장이다.

홈페이지 시장이 얼마나 창의적인 결과물을 생산하는 시장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도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우리보다 더 창의적인 결과물을 생산한다 말하는 시장들도 피해 갈 수 없었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가 지금 무슨 옷을 입고 있는지, 우리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우리는 지금 5천원에서 대략 3만원까지의 티셔츠를 입고 있다.

만약 아직까지도 패션시장이 한땀한땀 장인정신으로 만든 고퀄리티의 고가 시장으로만 지켜졌다면 물론 패션시장의 수준을 더 올라갈지 모르지만, 우리는 아직도 명절 때나 한번 옷을 구입하는 세상에 살고 있을지 모른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만약 저렴한 음식점은 없고 한 끼에 십수만원하는 고가의 외식시장만 있다면, 셰프의 가치나 요리의 수준은 더 올라가고 발전할지 모르지만, 기념일이나 특별한 날에만 외식을 하는 세상에 살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는 저가 시장 덕분에 많은 선택을 할 수 있으며, 많은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저가 시장 때문에 고가 시장 자체가 침체되거나 아예 소멸되는 분야도 있다.

하지만 저가 시장과의 차별 경계선을 확실히 한다면 오히려 명품 의류처럼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단단히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먼저 언급한 의류나 요식업의 경우에는 모든 인간을 대상으로 하기에 시장규모가 아주 크지만 그에 비해 디자인 시장은 비교적 많이 작은 것이 맞다.

하지만 시장규모가 작은 만큼 경쟁도 적을 테니 시장규모만으로 가능성을 판단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어차피 우리는 저가 시장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고로 우리는 저가 시장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저가의 티셔츠를 만드는 디자이너가 있든 없든 많든 적든 간에 샤넬, 앙드레김, 박술녀 님의 가치가 절대 떨어지지 않듯 일반인들에게 저가 디자인과 고가 디자인의 차이를 확실히 알려주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우리가 걱정하는 디자이너의 가치도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소비자들이 수만원 가방이 아닌 수십수백배 비싼 명품가방을 선호하는 이유는 명품이 주는 어떠한 가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웹디자인도 단순한 미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을 안겨주는 필수 사업요소임을, 디자인에 가치가 있음을 사업자들에게 인지시켜 준다면 웹디자인 시장도 커질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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